돌아보기
학창 시절
인정 욕구 (초등학교~중학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저는 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늘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나쁜 일은 하지 않는, 이른바 모범생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인정 욕구가 굉장히 강했던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싶었고, 그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독서나 글쓰기도 자주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것을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인정 욕구가 저를 나쁜 방향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했던 독서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욕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정 욕구가 저를 약간 수동적으로 만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고, 제 약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고등학교)
중학교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저는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저는 그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품고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착각은 얼마 안 가서 깨졌습니다. 전국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던 시기였습니다.
늘 하위권 성적을 기록했고, 내신뿐 아니라 모의고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는 이러한 제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주변의 잘하는 친구들과 저를 동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마 제 수준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노력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만 얻은 것은 아닙니다. 아마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라면 얻지 못했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데이터와의 우연
첫 번째 수능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후 재수를 했지만, 다시 한 번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습니다. 삼수는 부모님께 죄송한 일 같아 결국 대학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명확한 꿈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학과에 진학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문과와 이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학과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러 학과 중 고민을 하다 AI와 경영을 함께 배울 수 있는 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알파고가 한창 이슈였지만, 저는 이러한 이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데이터와 경영을 함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넣었고, 최종적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큰 열정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방황
입학 당시 저는 확실한 꿈이 없었고, 더 좋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학과에서도 겉돌았고,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반수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때 저는 꿈 때문에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꿈꾸던 직업은 기자, 사회학자, 인문학자 등 정말 많았습니다. 이처럼 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에는 학과에 대한 애정이 없었고, 제가 데이터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아무 결정도 하지 못했고, 군대를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1학년을 마치고 바로 입대했습니다.
전역 후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즐겨보자
군 생활 동안 진로에 대한 여러 고민을 했지만, 여전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 그래서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빅데이터를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빅데이터와 인문학을 엮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학을 부전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학기에는 본격적으로 데이터에 빠지게 만든 '공간빅데이터분석'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면서 데이터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았습니다. 해당 수업에서는 공간 데이터를 QGIS를 활용해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고, 대학 상권 분석 프로젝트와 스타벅스 입점 전략 프로젝트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를 계기로 데이터에 대한 흥미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결국 데이터를 제대로 다루려면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학 부전공을 소프트웨어 전공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데이터 직군으로 나아갈 진로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고, 현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데이터 엔지니어
여러 데이터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데이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런 분석도 할 수 없고, 가치도 창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저는 분석에 흥미가 있었지만, 깊은 모델링이나 수학적 접근에는 큰 재능이나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분석가에게 데이터를 사용하기 좋게 가공해주는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군을 알게 되었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저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데이터와 가까운 엔지니어라는 점이 끌렸고, 무엇보다 수학과 모델링을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점 때문에 도피성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매료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모델링과 수학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만약 바로 모델을 만드는 쪽으로 갔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그 후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데이터 엔지니어는 신입으로 들어가기 힘든 직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백엔드 엔지니어로 전환하기 위해 한동안 백엔드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데이터 엔지니어로 첫 회사
여러 공부를 통해 데이터 엔지니어링 지식을 조금 씩 쌓았고, 실제 현업에서 활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개발자들이 그러하듯 소위 네카라쿠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 전에 작은 경험이라도 쌓아보자는 생각에 작은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2개월 짜리 인턴이었기에 저도 편한 마음으로 현업을 경험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요. 동료들과 회사의 목표, 제가 기여하는 일들이 모두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회사에서도 정규직을 제안해주셔서 1년 반 정도의 기간동안 재직을 합니다. 길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회고는 아래의 글에 자세히 작성하였습니다.
첫 퇴사, 첫 이직
위의 글처럼 현재는 첫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첫 이직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언제든 AI의 영향을 안받는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도 이런 AI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이 영역에서 앞서있는 기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운이 좋게도 관련 기업으로 이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사에서는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구성원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더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 또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주니어이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을 하는데 굉장히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바라는 삶
요즘 정신없이 일만 하다보니 짧지만 잠깐의 번아웃이 왔었는데요. 그 시기에 미래 저의 모습과 내가 바라는 모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대한 한 문장으로 제가 바라는 삶을 정의해보려고 노력했고, 아래와 같이 정의를 해보았습니다.
"가치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삶"
위의 정의는 두 가지 키워드로 분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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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경험
•
공유
무엇이 가치있는 경험인지는 인생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저의 커리어적으로 가장 큰 목표는 조직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용해보는 것일 것 같습니다. 최근 개발자로서 개발을 별로 못하고 있어 제 커리어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았었는데요.
사실 제가 목표하는 삶이 단순 개발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개발은 재밌고, 아직까지 개발만큼 무언가에 몰입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제가 원하는 삶은 데이터 엔지니어로서만 커리어를 쌓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개발자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하는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지금 하고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개발자)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고 나니 저에게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역할은 목표가 아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 데이터 엔지니어만큼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저는 제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그 과정을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Role로 경험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하루하루의 제가 하고 있는 경험을 의미없게 흘려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계획대로라면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조직에 의미있는 도움을 주어야 하니까요.
두번째 키워드는 공유인데요. 저의 가치있는 경험을 저만 알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을 의미있게 나누어 주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 결심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가지고 실천하려 했는데 최근 소홀히 한 것도 같아서 계속해서 다잡아 가며 다짐을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통해 타인이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내가 해야 할 것
이런 삶을 위해서는 크게 아래의 부분에서 성장을 해가야 하는데요. 아직까지 세부적인 액션플랜을 정의하지는 못하였지만 차근차근 제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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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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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하루를 보내려 노력하자
•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일지 고민하자
•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자
앞으로의 나는?
그동안 저는 새로운 도전을 버거워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안전을 추구했고, 그것이 저의 세계의 전부였던 것처럼 여겨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알을 깨보는 경험도 조금씩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삶이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끝에서 돌아보았을 때 목표를 위해 꾸준히 나아간 흔적들을 보며 뿌듯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